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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문] 코로나와 장애인의 생활
작성자
법인사무국
등록일
20-05-07
조회수
466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휠체어를 내려 약국에 다다르니 이곳도 대기줄이 만만치 않게 늘어져 있다. 이미 다른 약국에서 실패하고 온 터라 또 다시 기다릴 수 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줄의 끝에 휠체어를 붙이고 앞을 바라보니 난감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국 앞에 계단 3개가 위압감을 주며 근엄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까? 내 뒤로도 줄이 이어지고 있는데 나는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 이 약국은 계단이 있어서 못 들어가세요 !” 뒤쪽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의 친절한(?) 안내이다. 그냥 돌아 가라는 말인가?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네~” 짧은 대답은 하였지만 줄을 벗어나 돌아가기도 난감하고, 계단이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냥 줄에 서있자니 뒤통수도 뜨겁다.

마스크를 구하려고 평일의 몇 배 트렁크에 휠체어를 올리고 내린 수고가 아깝고, 반나절을 소득없이 보내버린 시간도 아깝고 더욱이 계단 몇 개에 남들 다하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다.

짧은 갈등을 하는 사이 마스크가 떨어져 죄송하다는 약사분의 안내가 들려온다. 불만과 분노 섞인 항의도 들려왔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구원의 목소리 같았다. 허탈하기는 했지만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반나절을 허비하고 차로 돌아와 휠체어를 트렁크에 올리는데 저쪽에서 흰 가운을 입은 약사분이 뛰어온다. “아저씨 이거 가져가세요” 마스크 2개를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지갑을 꺼내려는데 이미 돌아서 잰걸음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4월 20일은 제40회를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예년 같았으면 장애인의 날 행사며,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장애인을 주제로 한 사생대회 같은 다양한 행사로 분주할텐데 코로나로 인하여 취소되고 연기되어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한” 장애인의 날 법정기념일 제정은 그 취지를 이루기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기 위하여 모든 장애인 이용시설이 장기간의 휴원 상태에 들어가 여러 곳에서 어려운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장애인들이 낮동안 갈곳이 없어지고, 일부 근로장애인분들은 그들이 받던 적은 수입마저 끊기고 있으며, 장애아동을 낮동안 보호소 맡기고 맞벌이를 하던 가정들은 양육부담과 수입 감소에 지쳐가고 있다. 독거 장애인분들은 기본적인 생필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한 장애인분들이 장기간의 집에 머물면서 장애인 본인들의 생활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장기간 집에서 머물면서 수면장애, 이상행동, 그리고 도전적 행동의 증가와 같은 일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보통의 시민들에게 불편 일이 취약 계층에 계신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휴원 기간임에도 장애인 시설의 종사자들은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긴급돌봄 서비스, 기초 생필품과 밑반찬 등의 가정 배달. 활동지원서비스의 사업 유지 등 취약계층의 서비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생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간적 거리두기로 이어지지 않고 힘을 모아 함께 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가렛사회복지회 대표이사 김기준


출처 : 원주신문(http://www.iwjnews.com)

기사원문 : http://www.iwj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54